HyolBrew 만들기 1/3
요즘 들어 ‘나를 브랜딩한다’는 것에 관심이 생겼다.
이런 고민을 시작하기에 이른 나이는 아니다. 이제 와서 이런 걸 고민하는 게 조금 늦은 것 아닐까 싶은 마음도 있었다.
유명해지거나 나를 실제보다 대단한 사람처럼 포장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내가 어떤 일을 해왔고,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문제를 오래 고민하는 사람인지는 내 언어로 남겨보고 싶어졌다.
늦게라도 나를 설명할 공간이 필요했다
직장인으로 꽤 오랫동안 일했다. 그동안 여러 일을 경험했고, 관심사도 많이 바뀌었다. 기술과 도구를 좋아했고, 일하는 방식과 지식관리에 대해 자주 고민했다. 쉬는 날에는 전자기기를 만지거나 사진을 찍고, 어느 순간부터는 말차와 일본차를 찾아 마시는 일이 일상의 한 부분이 됐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한데 모아 나를 설명해 본 적은 별로 없었다. 이력서는 내가 어떤 일을 했는지는 보여주지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까지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SNS의 짧은 문장이나 사진 몇 장으로는 내가 무엇을 오래 고민하는 사람인지 남기기도 어렵다.
브랜딩이라는 단어를 떠올린 것도 그래서였다. 이미 살아오며 쌓인 것들을 내 언어로 정리해두고 싶었다.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생각은 나만 보는 곳에 있었다
가장 익숙한 방법은 글쓰기였다. 이미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다녀온 장소를 소개했고, 직접 산 물건과 마셔본 차도 리뷰해왔다. 사진을 고른 다음 그때의 감정을 문장으로 옮기는 과정도 꽤 좋아한다.
Obsidian에도 몇 년째 메모를 쌓고 있다. 개인 지식관리, 흔히 PKM이라 부르는 일이지만 대단한 체계를 갖춰 하는 건 아니다. 읽고 배운 내용과 일하면서 내린 판단, 나중에 다시 꺼내보고 싶은 생각을 잊지 않으려고 적는다.
그 메모들 안에는 내가 반복해서 돌아가는 질문들이 있었다. AI를 어디까지 믿고 일을 맡겨야 하는지, 도구는 언제 생산성을 높이고 언제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지, 쌓아둔 정보는 어떻게 내 지식이 되는지 같은 것들이다.
브랜딩을 고민하기 전부터 글은 쓰고 있었다. 이제 그중 일부를 공개적인 형태로 꺼내보려 한다.
문제는 그 많은 기록이 대부분 나만 보는 곳에 머물러 있었다는 점이다. Obsidian에는 메모가 계속 쌓였지만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글로 완성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생각의 조각은 있었고 경험도 있었지만 그것을 하나의 주장으로 묶어 밖으로 꺼내는 일은 늘 뒤로 밀렸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바로 정답을 얻지 못해도 괜찮다. 비슷한 고민을 해본 사람이 “이 사람도 이런 시행착오를 겪었구나” 정도만 느껴도 충분하다. 내가 직접 겪고 판단한 과정까지 글에 남기기로 했다.
조금 더 진중하고 전문적인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도 여기서 나왔다. 어려운 말로 전문가처럼 보이는 글은 쓰고 싶지 않다. 제품이 좋았다거나 어떤 도구가 편했다는 감상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왜 그것을 선택했는지, 실제로 써보니 무엇이 달라졌는지, 어디에서 한계를 느꼈는지를 내 경험으로 설명하고 싶었다.
네이버에서 쓰던 글과, 새로 쓰고 싶은 글
솔직히 말하면 네이버 블로그를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인터넷 환경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네이버에서 장소와 제품, 궁금한 정보를 검색한다. 나 역시 무언가를 찾을 때 네이버 검색창부터 여는 경우가 많다.
네이버 검색 결과에서는 네이버 블로그 글이 별도의 영역에서 눈에 잘 띈다.
외부 도메인의 글도 수집되고 검색될 수 있지만 같은 주제로 글을 써도 개인 사이트의 글과 네이버 안에서 쓴 글의 출발선이 같다고 느끼기는 어렵다.
정확한 검색 알고리즘을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국내 독자에게 발견될 가능성만 생각하면 네이버를 외면하기 어렵다는 게 현실적인 판단이었다.
그래서 네이버에는 방문기와 제품 리뷰, 말차 시음기처럼 사진과 최신 정보가 중요하고 검색하는 사람에게 바로 도움이 되는 글을 계속 쓸 생각이다. 국내 독자를 만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다.
HyolBrew에는 일하며 쌓은 판단, 기술을 선택한 이유, AI와 PKM에 관한 고민, 커리어와 전문성에 대한 생각을 쓰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도 다시 읽어볼 수 있고, 글이 쌓일수록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이는 공간을 만들 생각이다.
내가 생각하는 개인 브랜딩
처음에는 개인 브랜딩이라는 말을 조금 부담스럽게 생각했다. 근사한 프로필 사진과 로고를 만들고, 매일 새로운 콘텐츠를 올려야 할 것 같았다. 팔로워 수나 조회수로 나라는 사람의 가치가 측정되는 느낌도 싫었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브랜딩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선명하게 남기는 일이다.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꾸준히 기록하면 된다.
늦게 시작한 만큼 글로 꺼낼 재료는 많아졌다. 여러 번의 선택과 실패를 겪었고, 오래 사용해본 도구가 있으며, 전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조금 설명할 수 있게 된 것들이 생겼다.
그래서 두 블로그를 함께 운영하기로 했다
네이버 블로그는 유지하고 두 블로그의 역할을 나누기로 했다. 네이버는 국내 검색에서 발견되기 위한 채널이다. 새로 만든 HyolBrew에는 조금 더 오래 고민한 생각과 기술적인 선택, 시행착오와 회고를 쌓는다.
같은 글을 그대로 복사해 두 곳에 올릴 생각은 없다.
HyolBrew에는 작성자의 기준과 경험이 보이는 글을 쌓고 싶다. 글을 읽은 뒤 주제만 기억하는 게 아니라, 누가 쓴 글인지도 떠올릴 수 있는 블로그가 목표다.
그래서 별도의 도메인을 사고, Astro로 블로그를 만들었다. 왜 수많은 도구 중 Astro를 골랐는지는 다음 글에서 따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늦게 시작했으니, 오래 남길 글을 쓰고 싶다
HyolBrew에는 아직 글이 많지 않고, 앞으로 꾸준히 운영할 수 있을지도 솔직히 모르겠다. 사이트를 고치는 재미에 빠져 정작 글을 쓰지 않는 날도 생길 것이다.
일단 시작은 했다. 이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는 글을 한 편씩 쌓아보고, 나중에 다시 읽었을 때 부끄럽지 않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네이버 블로그는 국내 검색에서 사람을 만나는 통로로 계속 운영한다. 나를 설명하는 글은 HyolBrew에 따로 남겨보려 한다.
늦게 시작한 만큼 서두르지는 않으려고 한다. 당분간은 사이트보다 글 목록이 먼저 늘어나는지만 지켜볼 생각이다.
다음 글: 워드프레스 대신 Astro로 블로그를 만든 이유



